생각의 도약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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왠지 이과가 아닌 문과 출신의 저자가 쓴 글 같다고 생각했다. 그리고 왠지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. 1983년에 처음 나온 책이라고 한다.

‘삼상’이라는 말이 있다. 옛날 중국에 구양수라는 사람이 글을 지을 때 좋은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세 곳으로 마상, 침상, 측상을 말했는데, 이것이 바로 삼상이다. 각 단어에 들어가는 한자는 순서대로 ‘말 마’, ‘배게 침’, ‘뒷간 측’이다. 즉, 말 위(지금으로 말하자면 통근 전철 안), 잠자리 안, 화장실 안에서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.

왜 하룻밤을 자고 나야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지는 잘 모르겠다. 아무래도 문제에서 답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. 그사이에 계속 생각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. 한동안 가만히 내버려두면 생각이 응고된다. 즉, 자는 시간이 생각을 응고시키기에 적당하다는 뜻이다.

사고할 때도 같다. 너무 골똘히 생각하면 문제가 더 깊어져서 싹을 틔울 수도 없다. 하룻밤을 자고 나야 냄비 속이 적당히 끓는다. 침상의 묘수는 바로 여기에 있다.

정말로 큰 문제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지 않으면 구체적 모습을 갖추지 못한다.

내가 논문을 쓰려고 하는 학생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.

“한 가지 주제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많다. 적어도 두 개, 가능하면 세 개로 시작하는 게 좋다.”

주제가 하나인 논문은 지켜보는 냄비와 같다. 그 주제로 잘 써지지 않으면 다음이 없다. 그래서 집착하게 되고 이상한 곳에 힘을 주게 된다. 머리가 휙휙 잘 돌아가지 않는다.

만일 이 주제가 별로여도 대안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안해진다. 주제까리 경쟁시키고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주제를 정하면 된다. 어떤 것이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주제 쪽에서 먼저 다가온다.